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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어디로 가야 하나

현재 청와대, 서울 용산과 세종 등 3곳의 장단점
등록 2022-04-04 04:26 수정 2022-04-05 09:3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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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발표에 따라 다음 대통령 집무실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사실상 확정됐다. 3월28일 윤 당선자를 만난 문재인 대통령도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인데다 윤 당선자가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청와대를 그대로 쓰는 게 낫다는 의견, 굳이 대통령실을 옮겨야 한다면 용산이 아니라 세종시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실이 입지한 현재의 청와대, 입지할 가능성이 있는 서울 용산과 세종 등 3곳의 장단점을 살펴본다.

용산 : 경호나 경비에 유리, 공원은 반환 이후로도 7년 걸려

용산 국방부 청사는 이르면 2022년 6월 새 대통령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 공식 대통령실이 될 전망이다.

용산 국방부 청사는 기본적으로 군부대이기 때문에 경호나 경비에 유리하고, 대통령실에 필수적인 헬기장과 벙커도 이미 마련돼 있다. 터가 8만4천 평으로 넓고, 주변에 국방부 소속 건물도 많아 대통령실에 필요한 시설을 마련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앞으로 주변 미군기지가 용산공원으로 조성되면 시민들이 대통령을 먼발치에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변 고층 건물에서 국방부 건물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은 문제점이다. 또 대통령실을 옮기면 현재 국방부 건물 안에 있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 16개 부대와 기관이 연쇄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청와대를 방어하는 방공망을 용산에 똑같이 설치하려면 용산에서 강남까지 건축 제한이 많이 생길 수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런 연쇄 이동과 새로운 방공망 설치 등에 모두 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용산기지에 계획된 용산공원 조성은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용산 역사 전문가인 김천수 용산학연구센터장은 “100년 이상 외국군에 점령돼온 용산기지에서 미군이 떠나 국방부와 합참이 여기 있을 이유도 사라졌다. 대통령실이 온다면 용산기지가 평화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공원 조성 과정이 졸속이 될 우려도 있다. 2021년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 변경안의 연구책임자였던 배정한 서울대 교수(조경학)는 “현재 용산공원 조성 계획은 용산기지 100% 반환 시점부터 7년이 더 걸린다. 아무리 빨리 추진해도 공원은 2030년 전후가 돼야 완성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임기(2022~2027년) 안에는 공원 조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돌려받은 용산 미군기지는 전체의 10.7%에 그친다.

환경단체는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1990~2015년 용산기지 안에서 모두 84건의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미군은 이로 인한 환경오염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윤 당선자가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공원 조성을 서두르면 환경오염 비용뿐 아니라, 미군의 다른 요구까지 한국 정부가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청와대 : 시민과의 소통 강화책 필요, 블루 하우스라는 세계적 브랜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는 현재 대통령이 가장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다. 본관과 관저, 영빈관, 벙커(국가위기관리센터), 여민관(비서동), 춘추관(기자실과 기자회견장), 상춘재(접견실), 서별관 등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과 불통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첫째, 청와대 입지는 북악 아래, 경복궁 북쪽으로 시민의 삶으로부터 단절돼 있다. 이 때문에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많은 대통령이 광화문이나 세종시 등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려 했다. 둘째,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과 여민관 비서동이 300m 이상 떨어져 있어 청와대 내부의 소통이 어렵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여민관에 집무실을 마련해 5년 내내 근무해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따라서 청와대 내부의 소통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고,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도시건축 전문가인 김진애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청와대는 대한민국 70년의 발전을 증언하는 곳이고, 이미 ‘블루 하우스’라는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 이것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김 전 의원은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더 개방하고, 여민관 쪽에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을 새로 짓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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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 행정부 업무 효율 고도화, 헌법 개정 필요해

전문가 다수는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면 세종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의 균형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이미 60% 이상 옮겨간 행정부의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상징성도 크다. 세종시는 2004년 행정수도 입지로 결정돼 현재 60여 개 정부 기관에서 2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는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과 입법부인 국회가 모두 서울에 있어 입주한 지 10년이 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와 국회의 주요 회의가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2021년 9월 국회법이 개정돼 이르면 2025년 세종시에 제2국회가 설치될 예정이다. 윤 당선자도 세종시에 제2집무실을 공약했다.

문제는 국회나 대통령실이 완전히 세종시로 옮겨지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이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길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윤 당선자가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한다면 당연히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전국의 불균형 발전을 완화하려면 대통령실은 세종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도 “이제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에 걸림돌인 헌법의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만 동의하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세종시에 대통령실 예정 부지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 세종시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 비서실과 통합된 형태로 제대로 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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