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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쓰레기 대란’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법들

[재사용] 재사용컵, 재사용 배달음식 그릇, 리필 스테이션
‘1회용’은 가고, ‘재사용’은 오라

제1344호
등록 : 2020-12-26 15:23 수정 : 2020-12-2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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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상점에서 고객들이 리필하거나 재사용 가능한 물건들을 고르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새해가 와버렸다. 더 강해진 코로나19와 함께. 2021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다짐하자니 막막하고 다짐을 안 하자니 불안하다. 2021년에 크게 기대하는 건 없지만 2020년처럼 살고 싶진 않다.

새해맞이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최소로 행동하고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2021년 가성비 실천’을 제안한다. 2021년에 같이 갈 것은 무엇인가. 컵과 그릇 재사용, 전자제품 사후관리(AS)는 기본이다. 무기력한 자아와 몸도 조금만 고치면 꽤 쓸 만하다.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실천은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아픈 가족과 아픈 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2021년 ‘뉴트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는 시시해 보여도 만만하진 않다. 나와 가족, 일상과 미래, 공간과 환경을 바꾸는 첫 단추다. 일단 사흘만 넘겨보자._편집자주

박지원(23)씨는 일부러 찾아가는 카페가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산공학관 1층 생협(생활협동조합) 카페 두 곳은 일회용컵과 재사용컵 중 고를 수 있다. 지원씨는 일주일에 다섯 차례 재사용컵을 쓴다. “전문업체에서 세척한 새 컵을 매일 제공해주니 깨끗해서 좋다.” 개인용 텀블러보다 좋다는 호평도 이어진다. “재사용컵은 뚜껑에도 일회용컵처럼 빨대 구멍이 뚫려 있어서 이용하기 편하다.” 이승은(25)씨도 단골이다. “재사용컵 재질이 두껍고 단단해 뜨거운 음료나 찬 음료 모두 일회용컵보다 낫다.” 이들이 단골이 된 이유는 모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재사용컵을 쓰면 마음이 편해서”다.

재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우리는 ‘일회용’ 사회에 살고 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일회용컵 사용량은 2009년 191억 개에서 2018년 294억 개로 53.9% 늘었다. 비닐봉지 사용량은 같은 기간 176억 개에서 255억 개로 44.9% 증가했다. 여기에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시기인 2020년 상반기(1~6월) 생활쓰레기(재활용 가능 자원) 발생량(일평균 5439t)은 2019년 상반기(4890t)에 견줘 11.2% 증가했다. 택배와 배달음식 등에서 주로 쓰이는 종이류와 플라스틱류 쓰레기가 크게 늘었다. 녹색연합은 2020년 8월 기준 ‘플라스틱 배달음식 용기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최소 830만 개’라고 추정했다. 녹색연합이 2020년 9~10월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750명) 가운데 40%가 ‘배달 관련 쓰레기 대책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회용기(재사용 용기) 사용 확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라고 했다.

이러한 ‘쓰레기 쓰나미’는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렵다. 쓰레기는 소각, 매립, 재활용 셋 중 한 방식으로 처리된다. 소각과 매립 시설은 부족한 형편인데, 혐오시설이라 지역 주민 반대로 신설이나 증설이 어렵다. ‘에너지 회수’(소각)를 제외한 순수한 재활용률도 20~30%로 낮은 실정이다. 결국 쓰레기 대란의 탈출구는 하나 마나 한 말처럼 보이는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재사용 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제공 알맹서점 고금숙 공동대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지도로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

재사용컵 쓰니 다른 일회용품 사용도 줄어
생협에서 쓰는 친환경 재사용컵은 ‘환경재단 기획’, 서울시 지원을 통해 탄생했다. 서울에서 오래오래 사용하자는 뜻을 담아 ‘서울오래컵’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서울 이화여대와 국민대 안에 있는 카페 4곳에서 2020년 말까지 시범 사용 중이다. 이 카페들에 서울오래컵 2천 개와 컵반납함, 자외선 살균기 등을 비치했다. 이용자는 재사용컵을 일회용컵처럼 쓴다. 일회용은 쓰고 버리지만 재사용컵은 ‘반납’한다는 점만 다르다. 2020년 10월26일부터 시범사업을 실시 중인데 두 달여간 791명이 3625차례 재사용컵을 썼다. 재사용컵 대여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가 반납한 컵을 수거하고 세척한다. 컵 회수율은 88%였다.

이화여대 아산공학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재현(50)씨는 “환경에 무해하고 사용하기에도 편한 재사용컵이 다른 학교나 일반 카페로까지 널리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문화관 카페 운영자인 박아무개씨도 “일회용컵 사용이 줄어드니 빨대나 컵홀더 등 다른 일회용품 사용량까지 덩달아 줄었다”고 귀띔했다.

긍정적 반응만 있진 않았다. 이날 만난 학생 중에는 “반납이 귀찮고 세척이 제대로 되는지 의심스러워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는 “세척 뒤 살균·소독은 물론 미생물 검사도 한다. 검사 결과 재사용컵이 일회용컵보다 30배나 깨끗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배달음식 용기에도 같은 일을 한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축제 등의 행사에 재사용 용기를 빌려주는 사업을 해왔다. 코로나19로 축제가 모조리 취소되자, 배달음식과 기업·대학 내 카페 등으로 눈을 돌렸다. 2021년부터 서울 강북구청과 함께 배달음식에 일회용이 아닌 재사용 용기를 쓰는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트래쉬버스터즈가 일회용 용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재사용 용기를 배달음식점에 제공하고, 배달한 용기를 걷어 오는 인력은 강북구청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트래쉬버스터즈는 300종류 넘는 일회용 배달음식 용기를 15종류 정도로 표준화해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곽재원 대표는 “2021년 상반기에는 강북구나 (트래쉬버스터즈가 있는) 용산구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골머리를 앓던 일이라 반갑다. 서울의 다른 구청 3곳과도 비슷한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기업 등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업체 3곳에 재사용 도시락 용기를 제공하는 사업은 2021년 1월 시작할 계획이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2021년에 수거 인력 10명을 채용하기로 했는데 성과가 좋으면 인력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재사용 배달그릇이 일회용을 대체하는 식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만들어지면, 이것이 하나의 모델이 되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플라스틱, 유리 용기가 너무 아까워요
“(실리콘랩을 손에 들고서) 이게 그릇의 뚜껑처럼 밀폐가 돼요?”(손님)

“그 자체로 밀폐는 안 되는데 고무줄로 고정하면 밀폐가 가능해요.”(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

“그럼 랩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건 아닌가보네요?”(손님)

“실리콘랩은 씻어서 다시 쓸 수 있는 다회용(재사용) 랩이라 랩 대용으로 쓸 수 있는데다 비닐쓰레기도 줄일 수 있습니다.”(이주은 공동대표)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오라.’ 알맹상점의 모토다. 알맹상점은 포장재나 제품을 담는 용기 없이 알맹이만 살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이다. ‘제로 웨이스트숍’이라고도 한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알맹상점을 12월11일 찾았다. 알맹상점은 500여 종의 리필, 재사용, 친환경, 무포장 제품을 판다. 이주은 공동대표는 알맹상점 물건을 팔면서 아직은 낯선 재사용, 친환경 제품을 설명하느라 분주하다. 2020년 6월 오픈한 뒤 알맹상점은 고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장소영(24)씨는 한 달에 한 번 알맹상점을 찾는다. 샴푸와 세제 등을 빈 통에 넣고, 대나무 칫솔과 마 수세미 등 친환경 제품을 산다. 장씨는 이날 빈 분무기에 소독제로 쓸 에탄올을 채워 갔다. “외국의 ‘리필 스테이션’ 사례를 보면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도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것보단 불편하지만, 한번 시작하니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더라.”

트래쉬버스터즈가 축제 현장에서 ‘일회용품 제로’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해 재사용 용기와 컵을 대여하고 있다. 트래쉬버스터즈 제공

비닐로 포장된 재사용 빨대
한지희(24)씨는 이날 처음 알맹상점을 방문했다. “쓰레기 대란 걱정으로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리필이라도 먼저 해보자는 마음으로 왔다”며 집에서 가져온 유리병에 보디워시를 담았다. 김정인(53)씨 역시 첫 방문이다. “평소 화장품을 다 쓰고 나면 쓰레기가 돼버리고 마는 플라스틱, 유리 용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렇지만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앞으로 화장품, 세제, 린스 등을 사러 꾸준히 올 것이다”라고 했다.

알맹상점에서 ‘알맹이만’ 파는 일은 아직 쉽지 않다.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의 관행 탓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가게인 알맹상점은 화장품을 20ℓ짜리 벌크통으로 공급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사업성을 이유로 100~200ℓ 단위로 공급해야 한다며 번번이 공급을 거절했다. 100ℓ짜리 화장품 한 통 가격은 1천만원이 넘는다. 화장품 유통기한인 2~3년 안에 다 팔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많다. 그러다 유기농 화장품 전문기업 아로마티카를 만났다. 이주은 공동대표는 “고맙게도 아로마티카는 2~5ℓ 등 적은 용량도 공급해줬고, 고객 호응이 좋아 지금은 20ℓ 벌크통으로 공급받는다”고 말했다.

‘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납품받는 일도 어렵다. 실리콘 재질로 된 재사용 빨대는 빨대 하나하나가 비닐로 개별 포장 돼 있다. 빨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상품은 2중, 3중으로 과다하게 포장돼 있다. 알맹상점은 쓰레기가 될, 이런 속포장을 거부한다. 구매에 앞서 ‘알맹이만 보내달라’고 제조사와 미리 협의하지만 속포장이 돼서 오는 바람에 반품하는 일이 잦다. 이주은 공동대표는 “속포장이 너무 당연한 듯이 인식돼, 제조업체에서는 속포장은 포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과다포장으로 인한 쓰레기를 줄이려면, 기업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인 이유다. 이 공동대표는 “아로마티카가 보여준 것처럼 기업이 바뀌니까 확실히 알맹상점을 운영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이 크게 해소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직접 리필 스테이션을 설립해 운영하는 대기업도 생겨났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10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모레스토어 광교에 리필 스테이션을 열었다. 이마트는 2020년 9월부터 서울 성수점과 트레이더스 경기 안성점에서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소분해 파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한다. 풀무원 계열사인 올가홀푸드 서울 방이점에서도 세제를 리필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친환경 가치에 대한 고객 관심과 요구가 높아져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도 “대기업들의 동참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반겼다. 다만 그는 “제로 웨이스트는 소비 생태계의 ‘말단’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제조·공급과 유통 단계에서부터 기업들이 포장재를 줄이거나 없애는 실천이 더욱더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알맹상점에서 빈 병에 올리브오일을 리필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기업은 ‘재활용 100%’ 달성 약속을 하라
기업의 실천이 필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재사용’이나 ‘재활용’ 또는 ‘퇴비가 될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 비율을 점차 높여 100%로 만드는 작업이다. 영국의 순환경제 전문 연구기관인 엘런맥아서재단과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0년 함께 발표한 보고서 ‘글로벌 약속’(The Global Commitment 2020 Progress Report)을 보면, 2025년까지 재사용·재활용·퇴비화가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 비율 100%를 달성하기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약속 이행 상황이 나와 있다.

2019년 코카콜라 99%, 펩시콜라 79%, 네슬레 66%, 로레알은 30% 달성했다고 알렸다. 홍수열 소장은 “글로벌 기업이 자사가 쓰는 플라스틱과 관련해 재활용 비율을 공개하고 이것을 2025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재질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 제시다.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런 생산자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안 써도 되는 일회용품은 과감하게 금지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재사용에 기여하는 기업에는 세제 등 혜택을 줘야 한다. 기업은 재활용이 잘되는 재질로 제품 용기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인 시민도 재활용이 잘되는 제품 위주로 구매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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