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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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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또 행복했습니다

등록 2023-03-18 07:54 수정 2023-03-25 00:03
<한겨레21> 제1455호 표지

<한겨레21> 제1455호 표지

―<한겨레21> 알아?

“네. <한겨레21>은 한국에 있는 일간지입니다. 1988년에 주간지로 시작해 1994년에 일간지가 되었어요. 진보적인 관점과 탐사보도로 유명합니다. 모회사인 한겨레 미디어 그룹은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국과 온라인 뉴스 포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음. <한겨레21>은 잡지인데?

“오류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한겨레21>은 한국의 주간지가 맞아요. 2001년 <한겨레신문>의 자매지로 만들어졌죠. 정치, 문화, 사회적 이슈를 포함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잡지입니다. 심층분석과 탐사보도로 유명하죠. 올해의 한국 저널리스트상을 수상한 것을 포함해 많은 상을 받은 매체입니다.”

―<한겨레21>의 미래에 대해서 말해줄래.

“저도 정확한 예측을 할 수는 없지만, 현재 <한겨레21>은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존 인쇄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했습니다. (…) <한겨레21>은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로 발전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챗지피티(ChatGPT)에 물었습니다. 그럴듯한 대답이 술술 나왔지만,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습니다. 일간지 <한겨레신문>은 1988년, 주간지 <한겨레21>은 1994년에 창간됐습니다. <한겨레21>이 심층기획과 탐사보도로 유명한 것은 맞지만,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는 이제 겨우 변화를 모색하는 걸음마를 뗀 정도입니다.

편집장으로 있는 동안 독자와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선보이려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페미사이드, 무연고 죽음, 온라인 혐오, 이태원 참사 등을 디지털 공간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만들었고, 독자와의 접촉면을 늘리려 뉴스레터 ‘썸싱21’을 띄웠습니다. 독자와 기자가 직접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오픈채팅방)도 생겼고요. 비건, 기후위기, 장애인 이동권 등의 어젠다(의제)를 심층 취재해 하나의 주제로 채우는 특별한 잡지도 펴냈습니다. 소설, 비문학, 드라마 극본을 쓴 작가 21명(드라마작가만 예외적으로 22명)을 인터뷰한 ‘라이터스’ 시리즈는 <한겨레21>을 대표하는 시그니처로 자리잡았고요.

이번호 표지이야기는 ‘챗지피티 시대 문해력’입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글을 이해하는 ‘문해력’과 글로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는 ‘저널리즘’은 아직 인간의 것입니다. 때맞춰 준비하진 않았지만, 독자 여러분께 작별 인사로 드리고 싶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2021년 9월, 이 작지만 단단한 매체를 좀더 새롭게, 좀더 탁월하게 만들 궁리를 해보겠다는 편집장으로서의 ‘첫 프러포즈’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요 며칠 곱씹어봤습니다. 그 약속을 더 잘 지킬 기반을 닦고자, 잠시 자리를 옮깁니다. 1년6개월의 편집장 생활은 뜨겁고, 또 행복했습니다. 72번째 프러포즈를 띄웁니다. 마지막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지만, 저보다 <한겨레21>을 더 잘 지켜나갈 구둘래 신임 편집장이 있어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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