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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박지선의 말말말

등록 2020-11-07 02:34 수정 2020-11-07 23:46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갈무리

“우리 개그맨 사회는요, 바깥 사회랑 달라요. 예쁘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제가 좋아요.”(2015년 <한겨레> 인터뷰) 박지선씨가 한 말이다. 그는 자주 남을 위로하는 자리에 섰다. “제가 자존감도 낮고 일이 잘 안 풀릴 때 지선 언니가 청춘 페스티벌에서 해주신 말씀 듣고 힘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묘묘묘) 그는 피부병으로 온 얼굴에 진물이 나 손을 묶고 자야 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아픈 이들을 위로했다. 타인을 위로하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소속사도 없던 그의 유일한 소통 창구는 트위터였다. 트위터는 보수를 받고 하는 게 아니라서 재밌다던 그. ‘멋쟁이 희극인’(@gagjidol) 계정엔 주로 가족과 일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엄마 밥 먹었어? 그래, 니 먹고 나간 찌끄래기.” “라디오 진행한 지 1년이 되었다. 아빠가 1년을 축하한다며 매일 저녁 8시마다 잘 듣고 있다고 했다. 내 라디오는 저녁 6시다. 그리고 8시엔 뉴스가 시작된다.”

박지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할머니 이야기다. 18년 동안 같은 방을 쓴 할머니는 평소 손녀에게 ‘나 죽거든 서랍 속 치부책을 열어봐라. 그러면 네가 눈물이 아주 쏙 빠질 거다’라고 하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찾아보니 그 속엔 “애비가 만두을 사완은데 지선이가 다 빼서 머것다. 써글연” 같은 내용이 잔뜩 적혀 있었다고. 할머니랑 함께한 추억 생각하며 웃으라고 두고 간 치부책처럼, 그가 남긴 ‘레전드’ 영상을 보며 우리는 울고 웃는다. 할머니, 어머니, 지선님 모두 그곳에서 평안하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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