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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 떨어진 물폭탄, 범인은 기후위기

등록 2024-04-19 12:27 수정 2024-04-22 08:04
2024년 4월16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아랍에미리트 최대 도시 두바이에서 한 남성이 침수된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4년 4월16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아랍에미리트 최대 도시 두바이에서 한 남성이 침수된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라비아 사막의 끝자락에 자리한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 때아닌 물난리가 났다. 기후위기 탓이다.

<걸프뉴스>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2024년 4월15일 밤 10시께부터 이튿날까지 24시간 동안 두바이에 내린 비는 약 159㎜에 이른다. 두바이의 연평균 강우량은 약 79.3㎜다. 2년치 강수량을 넘는 비가 24시간 동안 쏟아졌다는 뜻이다. 1949년 기상 관측 개시 이래 최악의 폭우다.

폭우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4월16일 두바이의 각급 공공기관에 원격근무령이 내려졌다. 학교도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세계적 항공교통 중심지인 두바이국제공항은 “예외적 날씨”를 이유로 착륙 예정이던 항공기를 인근 공항으로 우회시켰다. 불어난 물이 활주로에서도 넘실댔다.

두바이에서 주로 비가 내리는 시기는 11월~3월이다. 이때 내린 비가 연평균 강수량의 92%를 차지한다. 4월에 내리는 비는 연평균 3㎜ 안팎에 그친다. 사막기후인 두바이에서, 그것도 4월에 물난리가 난 것은 쉽게 넘길 일이 아니란 뜻이다. UAE와 국경을 맞댄 오만에서도 4월14일 들이닥친 폭풍의 여파로 사흘 동안 약 239㎜의 폭우가 쏟아졌다. 연평균 강우량(약 100㎜)의 2배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에이피>(AP) 통신은 통학용 차량에 탑승했다가 불어난 물에 휩쓸린 학생 10명을 포함해 4월17일 오전까지 이번 폭우로 모두 1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2023년은 지구촌 전역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 유럽연합(EU)에 딸린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가 4월9일 낸 자료를 보면, 2024년 3월 지구촌 평균 기온은 14.14℃를 기록했다. 1991~2020년 평균치보다 0.73℃ 높은 수치다. 2023년 6월 시작된 ‘사상 가장 더운 달’ 기록도 10개월 연속 이어졌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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