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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보다 화제 부른 시상식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4-02 21:58 수정 2022-04-03 00: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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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28일(현지시각 27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이 시상식의 주인공은 작품상·남우조연상·각색상까지 3관왕을 차지한 영화 <코다>였다. <코다>는 청각장애 가족과 함께 성장하는 소녀 루비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제목 <코다>는 청각장애 부모에게서 태어난 비장애 아이를 뜻한다. 배우 트로이 코처는 이 영화로 청각장애 남자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시상식 참석자들은 <코다>가 상을 받을 때마다 양손을 어깨 위로 올려 흔들며 수어로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윤여정이 시상자로 나선 남우조연상 시상이었다. ‘난민과 함께’(#With Refugees)라고 쓰인 파란색 리본을 달고 등장한 윤여정은 목소리로 코처를 호명하기 전에 손가락을 접어 ‘아이 러브 유’라는 뜻의 수어를 보여줬다. 코처가 수어로 수상 소감을 말하기 편하도록 옆에서 트로피를 들어주기도 했다.

이날 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윌 스미스의 돌발 폭력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윌 스미스는 갑자기 무대에 난입해 시상자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크리스 록이 자신의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의 민머리 헤어스타일을 빗대 “(여성 주인공이 민머리로 나오는 영화) <지. 아이. 제인>의 후속편을 기대한다”고 농담한 것에 분개했기 때문이다. 제이다 핑킷 스미스는 탈모증을 겪는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삭발했다. 인종차별 탓에 가발을 쓰거나 곱슬머리를 펴는 시술을 자주 받는 미국 흑인 여성 상당수는 탈모를 겪는다.

미국 현지 여론은 윌 스미스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도 “시상식에서의 윌 스미스의 행동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일각에선 윌 스미스의 남우주연상이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의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크리스 록의 발언을 과연 ‘농담’이라고 넘어가도 되는 걸까.

소수자를 껴안은 시상식, 또는 ‘농담 아닌 농담’과 폭력 사태로 얼룩진 시상식. 어떤 풍경으로 기억되든 그 어느 시상식보다 인상적이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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