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초’.
예멘 킥복싱 국가대표 출신 아흐마드 아스카르(28)가 지난 11월17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킥복싱대회에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흐마드는 시합에서 두 번의 다운을 따냈는데 제대로 뛴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그가 짧고 강하게 휘두른 왼손 훅에 쓰러진 상대는 자세를 다잡고 전의를 가다듬었으나 잇따른 발차기 공격에 다시 쓰러졌다. 심판은 케이오(KO)를 선언했다. 제주도 곳곳에서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체육관으로 온 예멘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3분 3라운드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탄 박승화 기자는 “셔터를 예닐곱 번 누르니 경기가 끝났다”며 허탈해했다.
아흐마드는 경기 전 체육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경기장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회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는 격투기 시합에 나가기 위해 몇 달을 훈련했지만 제주출입국청이 인도적 체류 지위로는 프로 시합에 나갈 수 없다고 해서 낙담했다. 이날 경기는 돈을 받지 않는 친선전이어서 뛸 수 있었지만 앞으로 계속 운동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아흐마드가 화끈한 KO 승리를 거두고도 마음이 무거운 이유다.
글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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