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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안 해서 주민이 뿔났다

등록 2021-11-27 11:05 수정 2021-11-28 03:37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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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 주민들이 뿔났다. 은평구민 500명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당장 시작하라”며 차별금지법 법안 발의자이자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박 의원이 논의의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은평구민 대상 간담회 등 시민사회와 소통할 것도 요구했다.

2021년 6월14일 10만 명의 국민동의청원을 받은 차별금지법은 국회법에 따라 본래 90일 이내 심사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9월에 한 차례 심사 기한을 11월10일로 미뤘다. 11월9일이 되자 법사위는 다시 심사 기한을 연장했다. 2024년 5월29일로 새로 못박았다. 이날은 현 21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일이다.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룬 셈이다.

그날이 오면 달라질까. 문제는 시간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차별금지법에 ‘뜨뜻미지근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심사 기한 연장을 결정하기 하루 전날인 11월8일,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차별 없는 세상을 원하지만 독소조항 부분은 교계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합의가 필요하다”며 “당면한 현안이거나 긴급한 사안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는 지침 같은 것을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논의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선행돼야 하는데 ‘일방 처리 안 된다’는 식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차별금지법이 긴급하지 않으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긴급하지 않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주민의 정치는 누구를 보고 있나”라는 질문이 담긴 항의 서한의 발신자는 은평구민, 다른 말로는 민주주의다. 그럼 수신자는? 박주민 의원을 포함해 정치하는 모든 사람이다. 답장을 기다린다. ASAP(되도록 빨리).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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