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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콘 판도라 상자 열릴까

판교 스타트업 감사원 감사 이어 경찰 고발…

허인정 이사장 ‘나쁜 거래’ 드러날까
등록 2018-11-14 00:12 수정 2020-05-02 19:29
아르콘이 운영을 맡은 경기도 판교의 스타트업캠퍼스 모습. 감사원의 감사 결과 각종 특혜와 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도청 제공

아르콘이 운영을 맡은 경기도 판교의 스타트업캠퍼스 모습. 감사원의 감사 결과 각종 특혜와 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도청 제공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를 운영하는 허인정 이사장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이하 아르콘)가 감사원의 철퇴를 맞고,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운영 감독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허 이사장의 개인 회사인 ‘모두스’ 등에 대한 고발장을 11월7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냈다.

짬짜미와 특혜로 얼룩진 세가지 비리

은 올해 초부터 ‘착한 사업, 나쁜 거래’(제1195호), ‘영리한 비영리 개인왕국’(제1196호), ‘최순실 미르재단과 비슷’(제1201호) 등 고발 기사를 지속해서 내보냈다. 허인정 아르콘 이사장이 진행하는 대규모 공익·공공 사업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내용이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이 지적한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의 ‘나쁜 거래’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감사원은 10월16일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의 문제점을 파헤친 ‘공직비리 기동점검Ⅲ’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이 밝혀낸 경기도, 경과원, 아르콘의 불법 비리는 세 가지다.

첫째, 2016년 아르콘의 위탁운영 사업자 선정 과정 자체가 부당한 특혜였다. 경과원은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사업자 선정 공고조차 올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2016년 8월17일 경과원 홈페이지에만 사업자 선정 공고를 게재해,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아르콘 1개 업체만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2명 이상 입찰 참가자가 없을 경우 재입찰 공고를 해야 한다는 지극히 익숙한 법 절차를 무시한 채, 경기도와 경과원은 곧바로 아르콘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아르콘의 막강한 배후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경기도 공무원이 경과원 담당팀장을 만나 아르콘에 협조할 것을 지시하고, 스스로 사업자 선정 심사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아르콘은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천장 공사를 시작했다. 군사독재 시대에나 가능할 법한 불법 특혜이다. 감사원은 “경기도 공무원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둘째, 1억6천만원의 사업비를 불법적으로 편취했다. 아르콘은 공사 계획이 취소된 뒤 공사비 1억4700만원을 줄이지 않고, 허 이사장의 1인 회사인 모두스에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트업캠퍼스 업무와 아무 관련 없는 아르콘 직원의 7개월치 급여 1370만원을 스타트업캠퍼스의 카페 운영 수익금으로도 지급했다. 허 이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실무자 잘못”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 접수한 경찰 수사 어디까지

감사원은 “허인정 아르콘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모두스(보고서에서는 아르콘과 허인정, 모두스를 익명으로 표시)는… 대표이사 1인 회사일 뿐 아니라 건설업 등록도 하지 않았고, 건설공사를 실제로 수행할 능력이 없는 법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모두스는 2016년 9월 발주받은 4억원의 공사 시공 전체를 ㅅ사로 다시 넘겼다. 모두스는 2016년 5월 아르콘의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에서도 2억원의 공사를 발주받아 모두 하도급으로 넘긴 일이 있다.

셋째, 스타트업캠퍼스 인테리어 공사업체가 모두 미등록 업체고, 허 이사장의 ‘특수관계’ 회사였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경미한 공사를 제외하고는 건설업 등록업체가 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아르콘은 2016~2017년 2년 동안 31억원의 공사비를 집행하면서, 미등록 업체인 모두스와 ㅅ사, ㅋ사 등 3곳에 6건의 30억원 공사를 발주했다. 이 중 모두스는 허 이사장의 1인 회사인 페이퍼컴퍼니고, ㅋ사는 허 이사장의 성수동 5층 건물 안에, ㅅ사는 그 인근에 사무실을 둔 ‘특수관계’ 회사다. ㅋ사도 2016년 이후 3건 20억4천만원의 공사를 발주받았지만, 실제 시공은 ㅅ사로 대부분 넘겼다. 3개 미등록 업체가 번갈아가며 30억원대 공사를 수주받은 뒤, ㅅ사 한 곳으로 몰아서 시공하는 ‘한집안’이었던 셈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경과원은 3개 미등록 업체를 성동경찰서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아르콘이 부당하게 지급받은 공사비와 인건비 1억6천여만원도 10월 말까지 환수 조처했다. 경기도는 담당공무원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경과원 담당자들은 모두 퇴사해, 징계 대상에서 배제됐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성과를 냈다. 다만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비롯한 아르콘의 전체 비리 의혹과 그 전모를 밝히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감사원의 감사 특성상 공직자의 업무 비리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경찰로 넘어갔다. 경과원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 수사가 얼마나 탄력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먼저, 아르콘의 ‘배후’ 부분이다. 아르콘의 단독 입찰 선정, 사업자 선정 이전 공사 시작 같은 황당무계한 업무 처리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 책임은 경기도 실무 공무원 한 사람에게 물었다. 고위층의 비호 없이 그런 일이 가능한가?

아르콘 밀어준 남경필과 김범수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 사업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역점 사업이었다. 공무원들 사이에 허 이사장과 남 전 지사가 막역한 관계란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남 전 지사와 함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아르콘 지원에 적극 나섰다. 스타트업캠퍼스 사업의 자부담금 연 8억원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해마다 1만 주의 카카오 주식을 아르콘에 출연했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총장도 맡았다.

롯데면세점의 130억원 기부금이 투입된 아르콘의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으로도 경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에서는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에 대한 외부 기관의 2017년 성과평가를 통해, 자금 집행의 비리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공익법인 아르콘의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문체부는 공익법인인 아르콘의 비리 혐의가 불거졌지만 엄정한 감독을 하지 않았다.

올해 아르콘은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관장하던 유한회사와 허 이사장의 1인 회사인 모두스 등을 이미 폐업했다. 관련 자료를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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