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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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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 1%’ 숲의 나무 베어져…땔감으로 팔리다니

한국 평균수령 30~40년의 2배 수준의 숲 베고 자작나무 심는 강원 인제 원대리…지형에 맞지 않는 자작나무, 눈에 약해 숲 운영 중단되기도
등록 2024-01-13 07:47 수정 2024-03-12 01:55
2023년 12월14∼17일 강원도 인제군에 내린 폭설과 강추위로 자작나무 가지에 얼음이 생기면서 쓰러지거나 휘어진 모습. 산림청 제공

2023년 12월14∼17일 강원도 인제군에 내린 폭설과 강추위로 자작나무 가지에 얼음이 생기면서 쓰러지거나 휘어진 모습. 산림청 제공


<한겨레21>은 2023년 12월 ‘천연림 베어내고, 관광객 위해 자작나무로 온 산 덮을 기세’(제1491호)를 통해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관광객을 유치하려 최소 50년 이상 된 숲을 베어내고 약 10헥타르(㏊) 규모의 후계림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후계림 인근에 40㏊ 규모의 ‘채종원’이 들어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작나무숲 후계림과 채종원이 들어선 자리에 있던 천연림은 어떤 숲이었을까.

제1491호 취재 당시 전문가 4명에게 벌목된 나무 밑동 사진을 보여주며 수령을 물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최소 50년에서 80년 정도로 봤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실을 통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실제 수령은 이보다 더 높았다.

공익가치만 최소 8천만원, 매각은 500만원

먼저 자작나무숲 후계림(9.8㏊) 자리에 있던 소나무의 평균수령은 50년을 훌쩍 넘었다. 67임반 3-1소반 지역(4.9㏊)의 경우 평균 59년, 67임반 9-1소반 지역(4.9㏊)은 평균 56년으로 조사됐다. 가장 나이가 많은 소나무는 105년이었다. 굴참나무와 신갈나무는 각각 평균수령이 47년과 52년, 가장 오래된 나무의 수령이 82년과 92년으로 나타났다.(표1 참조)

채종원 자리에 있던 천연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9년 벌목된 지역(22㏊)의 소나무는 평균수령이 53년, 잣나무는 59년이었다. 2020년 벌목된 지역(18㏊)의 소나무 평균수령도 53년이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자작나무숲 후계림과 채종원이 조성된 자리에 있던 천연림에 대해 “우리나라에선 1% 안에 들어가는 희소성 높은 숲”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6영급(51~60년) 이상 숲은 5%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숲의 가치에 비해 받은 매각대금은 턱없이 낮다. 산림청이 자작나무 후계림과 채종원 등 원대리 인근 숲 49.8㏊를 매각해 받은 금액은 약 2억6278만원이다. ㏊당 5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자작나무 후계림의 경우 10㏊에 1억3497만원(㏊당 약 1300만원), 채종원은 40㏊에 1억2781만원(㏊당 약 320만원)이다. 이렇게 팔려간 나무들은 대부분 저급재인 펄프(종이원료)나 바이오매스(부산물 땔감)로 사용된다.

“숲의 공익가치가 연간 259조원(2020년 기준, 산림청 2023년 발표)이거든요. ㏊당 가치는 연간 약 4100만원입니다. 우리나라 숲의 평균수령이 30~40년인데 (원대리 숲은) 그 두 배 정도 되잖아요. 최소 연간 공익가치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되는 숲이죠. 8천만원 이상 가치를 내는 숲을 이 정도 받고 없앤 거 아닙니까? 이건 월권행위고 범죄행위죠.”(홍석환 교수)

‘산림 경관’이나 ‘휴양’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익가치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손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림 비용과 이후 관리 비용까지 더하면 숲을 매각해서 받은 금액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산림청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ㄱ씨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벌목사업 

“(조림을 하면) 50년 동안 거의 ㏊당 최소 3천~4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요. 풀 베고 덩굴 제거하고, 10년쯤 되면 간벌(나무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 자라도록 불필요한 나무를 솎아 베어내는 일)도 해줘야 하거든요. 간벌은 10년 단위로 해줘야 하고, 나중에 수확하려면 길도 내야죠. 임도를 닦아야 하잖아요. 만약 병해충이 생기면 방제 비용도 들어가고요.”

자작나무 후계림의 경우 조림하는 데만 1억1325만원이 투입됐다. 산림청에 이후 관리에 들어가는 예산을 물었더니, 2027년까지 745만원이 들어갈 예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7년 동안 풀베기와 덩굴제거를 1회씩만 진행해 745만원의 비용만 든다는 것이다. 이후 관리 계획 등에 대해 산림청은 답하지 않았다.

홍 교수는 “보통 식재하면 첫 3년 동안은 매년 관리하고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어린나무 가꾸기, 간벌 사업 등을 해야 한다”며 “(7년 동안 풀베기와 덩굴제거를 한 번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산림경영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많아 초본과 관목, 덩굴식물이 번성하기 쉬워 묘목이 자라는 동안 이를 억제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한다. 해당 보고서는 풀베기에만 ㏊당 약 116만원의 비용을 산정했다.

실제 산림청이 전국 국유림에서 벌목해 얻은 수입과 조림 및 숲가꾸기에 지급하는 비용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윤미향 의원실이 산림청에서 받은 ‘국유림관리소별 산림사업 실적’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벌목해서 얻은 수입은 약 372억원인데 조림과 숲가꾸기에 들어간 비용은 약 2393억원으로 6배 이상 많았다.(표2 참조)


왜 매년 적자까지 내면서 숲의 공익가치를 없애는 사업을 계속할까. ㄱ씨는 “한마디로 (산림청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한 개념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안에 경제 논리는 없어요. 목재라는 게 30년 된 나무는 별로 값어치가 없거든요. 50년, 100년이 넘을수록 값은 계속 올라가요. 50년 된 나무를 자른다는 건 미친 짓입니다. 그런데도 계속하는 건 직원들 먹여살리기 위해 계속 사업을 따와야 하기 때문이에요.”

홍 교수는 결국 세금을 쓰는 것 외에 적자를 보는 사람이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수종 갱신 사업이 100% 적자인데 세금으로 하잖아요. 얼마에 파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벌목) 사업비는 정부에서 나오고 결국 다 산림조합으로 가는 구조예요. 산림청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하면 그쪽으로 많이 갑니다.”

벌목은 산사태 위험도 낳는다. 나무를 자르면 뿌리도 죽는다. 뿌리가 죽으면 흙을 잡는 힘이 사라진다. 여기까진 상식적이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ㄱ씨는 “벌목하는 과정에서 장비가 들어가면 새로운 물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 동안 지표면 안에 흐르는 작은 물길이 없어지고 새로운 물길이 생기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그나마 임도는 배수로라도 만들지만 벌채할 때의 작업로는 예산도 없기 때문에 물길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엔 벌채와 숲가꾸기 등과 같이 인위적으로 산의 원형을 변형하는 산림사업으로 인한 인명 피해 또한 ‘중대시민재해’ 범위에 포함하는 취지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윤미향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돼 있다.

천연림 베어내 자작나무숲 3~5개 조성 이행안

문제는 벌목과 조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제1491호 취재 당시 함께 현장을 찾은 원대리 주민 이광열씨는 이런 걱정을 털어놨다. “(후계림) 면적이 작다보니 앞으로도 이런 자작나무숲을 늘리려 할 거고, 원대리의 자연림이 남아나지 않을 거예요. 길도 만들고 시설도 만들 겁니다. 산은 더 망가지는 거죠. 그게 더 걱정입니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후계림 조성지역. 50∼70년으로 추정되는 굴참나무 밑동 주위로 어린 자작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류석우 기자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후계림 조성지역. 50∼70년으로 추정되는 굴참나무 밑동 주위로 어린 자작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류석우 기자


이광열씨의 걱정은 ‘기우’일까. 윤미향 의원실을 통해 산림청에서 받은 ‘인제 자작나무숲의 지속가능한 이용·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용역’(2020년) 보고서에 이씨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답이 있었다. 이 문서는 북부지방산림청 의뢰로 상지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보고서다.

앞서 산림청은 2020년 2월 자작나무숲의 현황 분석과 지속가능한 이용·관리 방안 제시를 위한 정책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산림청 대표 명품 숲에 걸맞은 자작나무숲의 생태, 안전, 서비스 등에 대한 합리적인 운영·관리 체계 구축 방안 마련”을 이유로 들었다. 상지대 산학협력단은 같은 해 3월부터 9개월 동안 연구를 마친 뒤 산림청에 결과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자작나무숲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핵심구역과 대체후보지 자작나무 임분(주위의 다른 삼림과 구분되는 숲의 범위)이 쇠퇴한 뒤 뒤를 이을 후속 자작나무 임분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개선 방안으로 “대체후보지 검토 및 후속림 조성에 대한 계획 추진”을 제안한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활엽수 임분 중 자작나무 적지를 발굴해, 수종 갱신을 실시(한다)”라는 방법과 함께 3~5개의 자작나무숲을 조성해 40~50년 주기로 순환 운영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각 숲이 40~50년의 운영을 마치면 다시 10년 동안 갱신에 들어가는 구조다. 실제 산림청은 2021년 소나무와 굴참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가 있는 천연림을 베어내고 5㏊ 규모의 자작나무 후계림 2곳을 조성했다.

자작나무숲 미래에 대한 고민은 관광객이 급속도로 늘면서 시작됐다. 2012년 5670명이던 자작나무숲 관광객은 2014년 11만5400명으로 10만 명을 넘었고, 2017년 30만 명을 돌파하며 33만7천 명을 기록했다. 산림청은 2017년부터 국유림 ‘명품숲’을 선정했는데 인제 자작나무숲도 처음부터 선정됐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은 관광객이 43만6천여 명까지 늘었다.

비슷한 시기 인제군은 자작나무숲 관광 관련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2018년 세워진 인제군의 산림종합계획(2018~2027년)을 보면 “인제군 산림면적 중 80%를 차지하는 국유림의 활용도를 높여 관광 모델을 개발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계획”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 계획 수준이었지만, 인제군이 2020년 세운 ‘원대리 자작나무숲 일원 관광자원화 마스터플랜’에는 구체적 계획이 담겼다. 총사업비만 840억원인 이 플랜에는 △자작나무 갱신 확대와 주차장, 물놀이장(1단계, 2020~2022년) △셔틀전기차와 모노레일, 예술작품(2단계, 2023~2025년) △전기자동차 인프라와 산림복지단지(3단계, 2027~2029년) 조성 등의 내용이 있다.

다만 용역보고서는 “셔틀전기차 및 모노레일, 공중데크, 습지복원 등은 자작나무숲의 경관생태 입지 환경 탐방특성, 비용 대비 효과 등의 문제로 타당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주차장과 꽃길 및 예술작품 조성, 전망대 등은 협력 가능 사업으로 명시했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전경. 김진수 선임기자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전경. 김진수 선임기자


눈 무게 때문에 쓰러진 나무, 조림 때문에? 

‘명품숲’이라 불리던 자작나무숲은 2023년 12월 말 운영이 잠시 중단됐다. 산림청은 2023년 12월26일 보도자료를 내어 “14~17일 인제군에 내린 폭설과 강추위로 자작나무 가지에 얼음이 생기면서 그 무게로 인해 나무가 쓰러지거나 휘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한겨레21>에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이 훅 떨어져서 나뭇가지에 얼음이 많이 생겼다”며 “눈 무게 때문에 쓰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자작나무숲이 이런 피해를 본 건 처음이다. 산림청은 아직 복구 작업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일단 모니터링해야 하는 시기”라며 “추후에 산림전문가와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이 참여한 토론을 통해 복구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언가 이상하다. 자작나무는 원래 러시아와 일본, 중국 북부, 백두산 인근에 자생하는 종이다. 단순히 이상기후 때문에 자작나무숲이 피해를 봤을까. 전문가들은 자생지가 아닌 곳에 ‘조림’을 한 것이 문제라고 봤다.

최진우 서울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은 “조림된 자작나무만 유독 피해를 많이 본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타격받은 게 아니고, 조림된 자작나무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자작나무숲 조림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기후변화에 적응력과 회복력이 높은 자연숲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조림된 자작나무가 눈과 바람에 약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조림한 자작나무의 약점이 강풍이나 눈에 약하다는 건 예전부터 산림공무원이 다 알고 있었었어요. 공표만 안 했지 저도 여러 번 봤거든요. 유전자가 우리 토질에 안 맞는지는 더 연구해봐야 하겠지만, 앞으로 대놓고 더 심는 건 아니라고 봐요.”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의 말이다.

자작나무숲 피해 소식을 듣고 이광열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는 눈 때문에 최근 산에 못 갔다는 소식과 함께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을에서도 대책을 세운다는데 자작나무숲을 또 추가 조성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추가로 조성해봤자 똑같은 꼴이 나는데 계속 미련을 못 버리는 거죠. 여기가 자작나무숲으로 알려졌으니까 이제 이거 없으면 안 된다, 이런 거 같아요.”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위 기사 중 홍석환 교수 등의 견해와 관련하여 산림청이 요청한 아래와 같은 반론을 알려드립니다.

① 국유림 벌목 사업은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요건에 맞춰 경쟁 입찰 또는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매수인이 시행한다. 이 사건 입목 매각 3건 중 1건의 벌목은 경쟁 입찰에 의해 수주한 원목생산업자가 시행하였다. 따라서 벌목 사업비가 모두 정부에서 나오고 결국 다 산림조합으로 간다고 볼 수 없어 이를 바로 잡습니다.

②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일대에 조성된 자작나무 후계림과 채종원 조성 숲에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있었더라도 우리나라 숲의 평균 임령인 약 35년과 비교했을 때 해당 숲의 평균 임령이 두 배에 달하지는 않아 해당 숲의 희소성이 상위 1%라고 보는 견해는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③ 해당 숲의 공익적 가치를 평균보다 두 배라고 보는 견해는 오로지 임령만을 기준으로 하고 숲의 다양한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④ 추운 곳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는 자생지역에서도 설해로 인한 피해를 입는다. 해당 숲의 피해는 2023. 12. 16. 발생한 습설로 인하여 나무에 쌓인 눈의 무게 때문에 발생하였다. 따라서 자생지가 아닌 곳에 조림된 자작나무 숲이기 때문에 해당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2024년 3월11일 반론 내용 반영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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