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페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알페스’가 남성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한다며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은 20만 명이 넘었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알페스를 제작하고 유포한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한편 ‘알페스’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이별을 결심했다는 글도 조회 수 22만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대체 ‘알페스’가 무엇이길래….
“며칠 전 남자친구가 저한테 넌지시 묻더라고요. 혹시 알페스가 뭔지 아냐고. 저는 영드 셜록 팬이고 그래서 셜록 쩜오페스를 아주 좋아합니다. 나도 본 적 있다고 했더니 정색하며 어떻게 그렇게 파렴치한 짓을 하냐고 다그치듯 말하더라고요. 알페스 그거 남자 연예인 성착취 하는 거 아니냐고. 좀 어이가 없어서. 이건 소설이잖아요. 기껏해야 예쁘게 미화된 일러스트고.”(출처 네이트판)
알페스(RPS)는 ‘Real Person Slash’의 약자로 실존 인물을 로맨스 관계로 엮어낸 소설이다. 주로 팬들이 남성 연예인이나 남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창작해, 동성 커플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알페스 문화는 1990년대 말 ‘팬픽’이란 이름으로 존재했다. 최근엔 예능, 드라마 등에서 ‘브로맨스’ 등으로 소비되며, 남성 캐릭터 사이 관계성에 주목하는 코드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이유는 ‘수위’ 때문이다. 알페스의 다양한 갈래 중 하나인 ‘19금 팬픽’이 문제시됐기 때문이다.
물론 남성 아이돌도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의 성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한 팬픽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는 팬덤 내에서도 오랜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페스와 엔(n)번방, 성착취물을 같은 선상에서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오마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알페스는 오히려 아이돌에 대한 선망과 경외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권력을 이용해 상대를 성적으로 지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성적 수치심’과 ‘성착취’ 사이에 선을 그었다. 이어 “서브컬처의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봤을 때는 사람에 대한 모욕이 느껴질 수도 있고, 팬픽션으로 창작된 본인의 경우에는 불쾌감이 느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도 분명히 필요하다”라면서도 “그 불쾌감이 현실적인 위협이 된다든가, 조종당하거나 협박당하는 구조로 이어지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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