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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아무도 모르게 갔다

등록 2022-01-10 10:20 수정 2022-01-11 01:36
연합뉴스

연합뉴스

새해 첫날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동부전선 지역에서 민간인이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월북자는 2020년 11월 귀순한 30대 초반 탈북민 ㄱ씨로 추정된다. 귀순 1년 만에 다시 북한으로 향한 것이다.

철책을 넘는 장면과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 등이 총 다섯 차례 감시카메라에 찍혔지만 군은 세 시간 넘게 월북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흐릿했고 사각지대가 있어 감시병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때 경보가 울려 초동조치조가 출동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경보 작동에 따라 녹화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서버 입력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달라 이상 상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월북을 제지할 기회는 사라졌다.

<연합뉴스> 등은 ㄱ씨가 월북 직전 이불을 비롯해 거주지의 모든 짐을 정리하는 등 떠날 채비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ㄱ씨는 청소용역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긴 여의치 않았다. 그는 기초생활급여와 기초주거급여로 매달 50만원 이상을 받았다. ㄱ씨를 담당한 노원경찰서는 2021년 6월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월북 징후가 보인다고 보고했지만 ‘근거 부족’을 이유로 보고내용 보강을 지시받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북한으로 되돌아간 탈북민은 총 30명에 달한다. 탈북민 고용률은 2020년 기준 54.4%로 일반 국민 고용률(60.1%)보다 낮고,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22%로 일반 국민(4%)보다 다섯 배 넘게 높았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관심 분야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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