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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사람 죽어도 음주측정 거부 죄만?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6-07 08:52 수정 2022-06-07 23:2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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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반복하면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의 해당 조항이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뒤, 대법원에서도 처음으로 이 법 조항이 적용된 사건이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022년 6월2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ㄱ씨는 2021년 1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제주 서귀포시 부근 도로를 건너던 2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다쳤다. 출동한 경찰관이 ㄱ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그는 세 차례 거부했다. ㄱ씨는 2007년에도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검찰은 ㄱ씨에게 음주운전 등을 반복할 때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2021년 5월 ㄱ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2022년 5월26일 ‘윤창호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 결정한 헌재 판단이 나왔다. 당시 헌재는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과거의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 거부 전력과 관련해 아무런 시간적 제한 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위헌 의견을 밝혔다. 2021년 11월 ‘윤창호법’에 대해 ‘가벼운 음주운전’까지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던 헌재가, 같은 논리로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하는 사람 역시 가중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헌재 결정이 나오자 ㄱ씨의 구속 만료기한을 엿새 앞두고 선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위헌 결정으로 형벌에 관한 법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 이를 적용해 기소된 사건은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두 번째 음주운전에다 사람까지 숨지게 하고 음주측정도 거부한 ㄱ씨에게 ‘윤창호법’의 가중처벌 규정이 아닌 도로교통법의 ‘단순 음주측정 거부’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과연 일반인의 법 감정상 정당할까. 헌재의 거듭된 위헌 판단을 두고 형식적 법 논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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