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멀수록 미등록.’
2023학년도에도 지방대는 찬밥이다. 수시모집 전형에서 지방대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수험생 수가 3만3천 명을 넘겼다. 전체 지방대 수시모집 정원의 20% 규모다.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속설처럼, 미등록 비율은 서울에서 멀수록 높았다.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는 게 스펙.’
수년 전부터 회자되는 지방대 출신의 설움을 대변하는 말이다. 지역 청년은 나고 자란 곳에서 계속 살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다. 억지로 수도권으로 가도, 집값 때문에 다시 좌절한다. 받은 월급은 고스란히 사라지고, 친구도 가족도 주변에 없다. 마음은 공허하고 늘 사람들 사이를 겉도는 것만 같다.
그나마 사정이 달랐던 지역 산업도시도 예전 같지 않다. 과거엔 지역에서 자리잡아도 중산층이 될 수 있단 믿음이 있었지만, 이제 아니다. 경남 창원이 그렇다. ‘공대 가서 공단 가면 다 먹고산다’던 선배들 얘기도 옛말이 됐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14만9천 명), 시화국가산업단지(12만8천 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고용규모(11만6천 명)인데도 그렇다(2022년 기준). 2010년대 이후 불어온 조선업 불황은 창원 청년들의 삶을 한층 더 고단하게 한다.
<한겨레21>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창원을 네 차례 찾아가 지방대 출신 취업준비생들의 현실을 들었다. <복학왕의 사회학>을 쓴 최종렬 계명대 교수는 경쟁은커녕 무언가 새로운 시도조차 억눌린 지역 청년의 삶에 대해 썼다. 위기를 맞은 지역 청년들의 삶은 지역 소멸을 앞당기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삶마저 위협할지 모른다. 우리는 지역의, 지방대의 미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정규 기자 jk@hani.co.kr·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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