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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만 바꿔도 다른 세상이 보인다

제2회 표지이야기 공모제 맞아 ‘표지 전문’ 서보미·이승준 기자 노하우 대방출
등록 2023-06-16 08:23 수정 2023-06-23 06:26

<한겨레21>이 제2회 표지이야기 공모제를 엽니다. <한겨레21>에서 가장 경력이 적은, 그래서 공모자의 궁금증을 가장 잘 해소해줄 수 있는 서혜미 기자가 <한겨레21> ‘선배들’을 2023년 6월12일 신문사 회의실에서 만났습니다. 서보미 기자는 2012년, 2016년 두 차례 <한겨레21>에 근무했고 정치·경제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표지이야기 전문기자’로 불렸습니다. 이승준 기자는 2018년부터 3년간 <한겨레21> 기자·팀장으로 있으면서, 독자 아이디어를 받아 기획하거나 환경·장애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며 많은 표지이야기를 썼습니다. 서보미 기자는 현재 뉴스레터 등을 발행하는 프로덕트서비스부 부장으로, 이승준 기자는 독자의 관심을 최전선에서 파악하는 오픈데스크의 팀장으로 있습니다. _편집자

<한겨레21> 표지이야기 공모와 관련해 서보미 기자(왼쪽)와 이승준 기자가 2023년 6월12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트북을 쓰는 이는 서혜미 기자. 박승화 선임기자

<한겨레21> 표지이야기 공모와 관련해 서보미 기자(왼쪽)와 이승준 기자가 2023년 6월12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트북을 쓰는 이는 서혜미 기자. 박승화 선임기자

문제는 A가 아니라 A-1이 아닐까
—현안을 다루되, 이미 나온 기사들과 다르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승준 “여러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다른 언론이 A라고 질문하면, 주간지는 ‘A-1이나 A-2는 아닐까?’를 던져서 다른 측면을 짚어봐야 한다. 2018년 원전 폐쇄를 앞둔 고리·월성 지역을 취재한 ‘원전만 살고 지역은 죽었다’(제1239호)는 원전이 실제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질문한 기사였다. 그동안 원전 건설 이슈는 주로 안전성이 쟁점이었다.

정부는 원전을 짓는 지역의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붓는다. 그렇다면 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정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물었다. 취재하니 당장은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지역 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원전 관련 시설을 청소하는 하청업체와 부품 납품업체 등은 이득을 보겠으나 대다수 지역민이 종사하는 건 아니다. 정부지원금은 주로 일회성 행사에 쓰였다. 지역 마을발전협의회가 지원금으로 사업도 했지만 성공 사례는 별로 없었다.”

제1239호 표지이야기

제1239호 표지이야기

서보미 “주간지 기사는 이미 나왔던 발표나 발생 사건을 다르게 써야 읽힌다. 그래서 어렵지만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의 입으로 말하게 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일간지에선 확진자 수와 집단감염 등 발생 위주로 기사를 썼다. <한겨레21>은 한발 벗어나 코로나19에 영향받는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썼다.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 등 주어를 바꿔서 쓴 것이다.

나는 학생들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학교 잃고 학생 싫증’(제1330호)은 아동·청소년, 학부모, 선생님 20여 명을 취재한 기사다. 학습, 급식, 신체활동, 정서적 관계, 중위권과 점점 벌어지는 학습 격차 문제 등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 내용을 하루로 재구성해서 기사를 썼다. 원래는 몇 시에 학교에 갔는데, 원격수업을 하면서 몇 시에 눈을 뜨고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 학교에 가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주어만 바꿨는데도 기존 기사와 다르게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21> 제1330호 표지이야기

<한겨레21> 제1330호 표지이야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고민은
—남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다른 접근법을 알려달라.

“쉽진 않지만 이 사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장애인 노동권을 다룬 ‘노동’(제1280호)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 이후를 생각하다 쓰게 된 기사다.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이동권 투쟁의 역사가 길다보니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진전된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이후는 어떻게 될까. 나와서 친구도 만나야 하고 문화생활도 해야 한다. 이런 생활이 가능해지려면 장애인도 노동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나. 본인이 시설에 살지 않고 어느 순간 부모에게서 독립해야 하므로 노동 문제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젊은 장애인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이 교육받았고 노동 욕구도 크며 사회활동을 더 하고 싶어 한다. 국가는 그동안 장애인 일자리를 마련하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제1280호 표지이야기

제1280호 표지이야기

“각종 모임에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냐’를 항상 물어봤다. 친구들이 지겨워할 정도로. 그래서 나온 표지이야기가 ‘1의 기회 9의 절망’(제1287호)이다. 이때 각자 다른 단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집 고민’을 했다. 가장 쉽게는 ‘나의 가장 큰 고민이 뭐지?’에서 확장해 ‘내 주변 사람의 고민은 뭐지?’를 묻는 것이다. 내 고민이 다른 사람의 고민이고, 두 명의 고민이 모든 사람의 고민일 때가 많다.

‘1반만 있는 도시학교’(제1304호)도 <한겨레21>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딸이 도시 한복판에서 중학교를 나왔는데, 임대아파트가 있기 때문에 곧 폐교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기사다. 발달장애 아동과 엄마의 분투기를 담은 ‘여진아, 행복하게 살자’(제1289호)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알게 된 분의 이야기를 듣고 썼다. 나와 주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가장 쉬운 접근법이 아닐까 싶다.”

—표지이야기 공모제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까.

“수도권 외 지역의 이야기다. 기자들의 눈과 발이 닿지 못하는 지역이 되게 많다. 주변에서 벌어진 일도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국책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장에 가보는 것도 좋고, 생활과 밀착한 내용을 다뤄도 좋을 것 같다. 2023년 3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를 찾은 ‘우리 집에 왜 왔니’(제1457호) 이야기도 좋았다.”

“결국 기사는 사람 이야기다. 사람들이 마음에 품은 생각과 말이 궁금하다. 기자가 모르고 지나친, 본인이 겪는 문제를 쓰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 직장인이라면 직장 내 노동환경이나, 지역에선 교통 문제를 다뤄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엔 자신이 사는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다보니 옆 도시까지 1시간씩 가야 하는 등 국내에서도 ‘원정 출산’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 않나.”

많이 취재하라, ‘내 새끼’를 덜어내야 할지라도
—긴 글을 쓰는 데 익숙지 않은 사람은 표지이야기를 쓰는 게 막막할 것 같다. 어떻게 써왔나.

“정답이 없다. 정말 많이 취재하는 수밖에 없다. 쓰려는 주제와 관련된 보고서, 논문, 책 등에서 인용할 만하거나 통찰력 있는 내용이 있다면 많이 참고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보고서만 길게 인용한 기사는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다. 현장의 다양한 측면을 꼼꼼하게 묘사해서 읽는 사람들이 그 안에 몰입할 수 있게 현장감을 주는 기사가 잘 읽힌다. 사람 기사의 경우 서사가 중요하다. 한 개인의 내러티브를 발단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취재해야 한다.”

“취재를 많이 하되, 이걸 정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우리가 기사를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이전 문단과 지금 문단, 뒷문단을 매끄럽게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시간이나 공간, 주어를 나누는 방법을 썼다. 쓰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저금리 시대에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밀레니얼세대를 다룬 ‘저금리에서 살아남아라’(제1320호)는 ‘주식 리딩방’(유사 투자자문 서비스)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시간 단위별로 썼다. 이렇게 일지 방식 등 문단을 나눠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다. 현장성이 중요한 기사라면 공간을 쪼개서 큰길을 묘사한 뒤 건물 안을 보거나, 뒷골목을 보는 방식으로 쓰는 것도 방법이다.”

제1320호 표지이야기

제1320호 표지이야기

—그 밖에 표지이야기를 쓰려는 사람이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면.

“읽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읽는 사람을 생각하면 본인 문체를 너무 고집하면 안 된다.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쓰는 건 모든 글의 기본이 아닐까.”

“잘 버려야 한다. 주간지는 취재를 엄청 많이 한다. 다 넣다보면 기사 분량이 늘고 중구난방이 된다. 그래서 잘 버리는 게 중요하다. 우선순위를 정해 덜 필요한 건 싹싹 없애는 게 맞는 것 같다. <한겨레21>에 두 번 왔는데, 처음 왔을 때는 다 쏟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기사 구성도 안 하고 막 썼다. 그러다보니 기사를 두 번, 세 번 쓰게 되더라. 두 번째 왔을 때는 각 문단에 어떤 취재 내용을 넣을지 기사를 구성하면서 썼다. 쉬운 일은 아니다. 다 ‘내 새끼’ 같은 내용이어서.”

정리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제2회 표지이야기 공모제
공모 부문
다음의 예시를 참고하되, 형식은 자유. 디지털 스토리텔링도 가능.
1. 현장 부문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일을 적은 르포 형식의 기사
2. 시대 진단·고발 부문 시대의 모순과 문제를 의제(어젠다) 형식으로 드러내거나 고발하는 기사
3. 기획 부문 새로운 발상으로 문제에 접근한 기사
■ 제출사항 ① 지원자 이름, 연락처
② 기획 의도 A4용지 1쪽 분량 (200자 원고지 5~10장 내외) (한글문서 또는 워드문서로 첨부)
③ 원고 A4용지 4쪽 분량 (200자 원고지 30장 내외) (한글문서 또는 워드문서로 첨부)
④ 기획을 수행할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작 3편 (링크나 첨부파일 형태)
■ 보낼 곳 reportage21@hani.co.kr
■ 접수 기간 2023년 6월19일(월)~6월30일(금) 오후 5시
■ 선정작 발표 7월 말
■ 상금 총 3개 지원작에 각각 100만원 지급, 이에 더해 <한겨레21> 표지이야기로 실린 뒤 규정에 준하는 원고료 지급
*선정 이후 기획안이나 취재 내용의 도작·표절이 밝혀지면 수상이 취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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