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뉴스 큐레이터] 말 대신 칼과 코란

등록 2020-11-07 16:12 수정 2020-11-11 23:18
연합뉴스

연합뉴스

유럽과 이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불꽃이 처음 튄 것은 10월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중학교 사회 교사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업을 하면서 이슬람 선지자인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이 알려지자, 이에 분노한 이슬람교도가 교사를 숨지게 했다. 체포된 압둘라 안초로프는 겨우 18살로 체첸공화국 난민 출신이다. 그는 범행 직후 트위터에 교사의 신체 일부와 함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반역자들의 두목”이라고 저격하는 글도 올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범죄를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범죄’라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정교분리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그러자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크롱에겐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슬람 사회에서 반프랑스 분위기도 짙어져 본격적인 불매운동에 불이 붙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선 반프랑스 집회에 경찰 추산 5만 명이 모여, 경찰 통제선을 뚫고 프랑스대사관 인근까지 진출했다. 유럽 상황은 계속 나빠졌다. 10월29일에는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대성당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범인들이 테러를 벌여 3명이 숨졌고, 뒤이어 오스트리아 빈의 중심가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던 청년이 테러를 저질러 여러 명이 죽고 다쳤다.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15년 1월7일 <샤를리 에브도>가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그림을 게재했을 때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무력으로 응답했다. 총을 든 2명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로 난입해 10명 넘게 숨졌다.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지만, 언제나 언어가 아닌 무력으로 충돌이 일어난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 문화, 영화, 부귀영화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