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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이 질병을 악화시킨다

영국의 컴패션 프롬 프로젝트 <누구도 홀로 외롭게 병들지 않도록>
등록 2021-07-25 17:03 수정 2021-07-26 01:11

코로나19 시국은 ‘단절’을 미덕으로 만들었다. 연결과 접촉이 저어되는 시대, 아픈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립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뇨를 앓는 홀몸노인을 생각해보자. 식단 개선과 투약으로 합병증은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느끼는 외로움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갈수록 심화하는 사회적 고립이 중증질병을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닐까.

<누구도 홀로 외롭게 병들지 않도록>(줄리안 아벨, 린지 클라크 지음, 이지혜 옮김, 남해의봄날 펴냄)은 영국 서머싯의 작은 마을 프롬의 ‘컴패션 프롬 프로젝트’(Compassion Frome Project)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을 병원의 의료진과 지역사회개발자, 주민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외롭고 아픈 사람을 이어주고 서로 돌보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컴패션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괴로움에 마음이 움직여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느낌이나 감정’이다.

의사 헬렌 킹스턴 박사는 병원의 전형적인 진료 상담만으로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질병 퇴치에 중점을 두는 의약품이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좋은 관계야말로 웰빙의 진정한 원천”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프로젝트는 여러 요소로 운영된다. ‘헬스 커넥터’는 의료 전문가는 아니지만 임상심리 분야의 동기면담(사람들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기술을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당뇨를 앓는 홀몸노인에게 “그래도 자주 집 밖으로 나가셔야죠”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의미 있는 사회적 활동을 찾아보고 연결해준다. 1천여 명의 ‘커뮤니티 커넥터’는 풍부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자원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한다. ‘이야기 카페’의 운영도 돕는다. 이야기 카페는 자신이 중요하다 느끼는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곳이다. 카페에서 사별지원 모임, 만성질환자의 자기관리 소모임 등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로 일하던 50대 여성 케이시는 류머티즘성관절염 증상으로 휠체어를 타게 된다. “인생이 갑자기 멈춰버린” 기분을 느꼈던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매주 두 번 6주간 류머티즘 환자 12명을 만나 신체적·정신적으로 자신의 질병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혔고 물리치료 프로그램도 소개받았다. 프로젝트 시행 뒤 2013~2017년 인구 2만8천 명이던 프롬의 응급실 입원 비율이 14%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인구 50만 명의 서머싯 응급실 입원 비율은 29% 상승했다. 설명이 추상적이라 한 번에 이해되진 않지만 의료와 돌봄,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고민할 때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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