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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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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정치③ 김종철 “과감하게 차별없는 복지국가로”

대선 출마 뜻 품은 1970년생 김종철에게 ‘86세대’ 한계와
그에 맞서는 ‘차별 없는 생태 복지국가’란
등록 2020-12-05 13:14 수정 2020-12-08 23:05

김종철

출생 1970년
정치 경력
1999년 국민승리21 참여
2004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2020년 정의당 당대표
정치 핵심어
복지국가
생태
차별 없는 사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2021년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에서 링에 오를 선수들의 몸풀기가 한창이다. 이 중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X세대(1990년대의 신세대)로 호명되는 1970년대생 정치인인 박용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그들이다.(이하 호칭 생략) 박용진과 김종철은 대선 출마에, 박주민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뜻이 있다. 또 김종철은 지난 10월 당대표가 돼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뤘고, 박용진은 2012년에, 박주민은 지난 8월에 각각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세대교체 도전장을 내민 전력이 있다.
이들 X세대 선두 주자 3인방의 모습이 또렷한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정치권을 ‘과점’한 86세대(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60년대에 태어난 세대. 처음 등장할 때는 30대여서 ‘386세대’라고 했지만 현재는 50대라 ‘86세대’라고 부름)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와 세대교체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포스트 86세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권에서 집단으로 존재감을 키워온 86세대에 대해선 학문적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70년대생 정치’는 그렇지 못했다. ‘낀 세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의 존재감이 정치권에서 미미해 연구 대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한겨레21>은 70년대생 정치인 선두 주자 3인방을 만나 ‘70년대생과 86세대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동안 신뢰감 있는 정치행보를 보여온 X세대 정치인 중 대선이나 광역단체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가진 3인방을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했다. 3인방은 세대교체라는 시선에는 시큰둥했다. 대신 70년대생 정치의 특징과 포부, 86세대의 공과 등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이들은 86세대에 X표 치고 등장한 X세대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까. _편집자주

1970년생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가장 먼저 세대교체를 이뤘다. 2020년 10월 당대표 선거에 당선돼 진보정치 1세대 심상정·노회찬에 이어 70년대생의 진보정치 2세대를 열었다. 김종철이 1999년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한 지 21년 만이다. 김종철은 진보정당이 처음 국회에 진출한 2004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에 선출됐고(34살), 2006년 서울시장에 출마하기도 했다(36살). 당시 그는 ‘소년 장수’로 불렸다. 조직 내에서 또래보다 앞서가는 선두 주자로, 선배 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래의 지도자감이라는 의미에서다.

‘소년 장수’가 당대표로

11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만난 김종철은 세대교체를 이룬 것에 “별 감흥은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살) 연방 하원의원과 버니 샌더스(79살) 연방 상원의원을 꼽을 수 있다. 둘 사이에 엄청난 세대 간극이 있지만 가치관은 비슷하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로 따지는 세대정치에 대해 비중을 둘 수 없다.”

다만 그는 86세대와 70년대생 정치인의 차이에 대해 말했다. “현 정치권의 다수인 86세대는 민주화를 이뤄낸 세대이고, 그 뒤 세대인 70년대생은 절차적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노동·복지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좀더 천착하는 세대로 볼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한 ‘70년대생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민감성’과 비슷한 맥락의 설명이다. 그는 “70년대생들은 노동법이나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문제, 소수자 의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괴로워한다”고 공감했다.

정의당에는 민주당과는 다르게 86세대가 많지 않다. 진보정당의 두 차례 분당(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2012년 통합진보당 분당)이 86세대에 큰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진보정당의 출범 전후로 많은 86세대가 민주당에 들어가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조직 운영에 능력 있는 그들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집단으로 대세를 형성했다. 반면 통합진보당 분당(2012년) 때 진보정당에 있던 86세대는 40대 중반 이상이어서 다시 시작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들보다 나이가 적은 우리 세대는 진보정치를 새로 도모해볼 만했다. 70년대생들은 진보정당의 부침과 인생의 궤를 같이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정의당 안에서 86세대에 해당하는 이정미·윤소하·여영국 전 의원은 다음 총선을 목표로 각자의 지역구에서 텃밭을 일구고 있다. 대신 정의당 중앙당에는 70·80년대생이 다수다. “내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자주 거론하는 권수정 서울시의원, 정재민 서울시당위원장, 정호진 수석대변인, 이동영 전 관악구의원 등이 70·80년생이다. 심상정·이정미 세대와 류호정·장혜영 세대 중간에 있는 이 세대를 북돋워주는 것이 당대표 역할 중 하나다”라고 김종철은 말했다.

(왼쪽부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철 정의당 대표. 김진수 기자. 박승화 기자

(왼쪽부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철 정의당 대표. 김진수 기자. 박승화 기자

심상정과 류호정 사이 세대를 전면에

최근 김종철은 당내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요구받지만, 손사래를 친다. 그는 “당내 다른 인물이 출마하는 기회를 갖고 나는 돕고 싶다”면서도 “결국 당대표로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선거이니만큼, 후보가 없으면 나서는 것도 마지노선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는 것이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도 <한겨레21>과의 당대표 당선 인터뷰에서 “당내 후보군에서 뛸 예정”이라고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정치의 주류였던 86세대에 대한 평가는 분명했다. 그는 “남북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노력했고, 제주 4·3 사건이나 광주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등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대해서는 역할을 했다”고 긍정했지만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의식 자체가 아주 적거나 해법에서도 치열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으며 그의 비판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만연한 학력·성별·임금 차별을 바로잡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함에도 이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반대하는 기업 논리에 86세대가 포섭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나는 든다. 사회 변화를 위해 과감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86세대는 문재인·노무현의 우산 아래 덩어리진 채 얹혀가는 안주 세력이 된 것 같다.”

그렇다면 70년생 김종철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 걸까. “‘차별 없는 생태 복지국가’를 완성하고 싶다. 처음 목표는 복지국가의 완성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기후위기, 생태 이슈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 성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 성소수자 혐오 등 차별 없는 사회까지 종합한 개념이다.”

김종철은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 직선제 개헌으로 이룬 ‘87년 체제’를 극복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반쪽짜리나마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생겨났지만 그마저도 거대 양당이 만든 위성정당으로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젊은 세대가 자기 정치를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 민주당에 들어가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다양한 정당이 소신을 지키며 정치를 할 수 있기에 큰 정당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진다.”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부터

의원내각제 개헌은 “세상을 좀더 많이 바꿀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하고 새 정권을 창출하는 데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6개월가량 걸렸다. 만약 의원내각제였다면 국회가 해산되고 한 달 만에 총선이 치러져서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많은 의석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내각제 개헌은 오래 걸리니까 징검다리로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연합정치가 가능해져 젊은 세대의 소신 정치가 힘을 얻을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보정당이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보다 ‘지키는 일’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종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진보적 가치와 정책을 지키고 있으니 그나마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가려던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을 고민하게 된 것 아닌가. 다수파가 진보적 가치를 고민하고 실현하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진보정당이 하고 있다.”

글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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