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가진 12살 중학생 ㄱ군이 고모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40대 고모 ㄴ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자 발달장애가 있는 조카 둘을 수년간 키웠다. ㄱ군은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외출이 줄며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고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첫째 조카 ㄱ군을 2023년 3월27일 집에서 체포했다. 다음날 경찰은 또 다른 사고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ㄱ군을 응급 입원시켰다.
ㄴ씨는 조카의 부모가 이혼하자 한집에 살며 이들을 키웠다. 두 조카 모두 발달장애 수준이 높았다. ㄱ군의 아버지는 2018년 병으로 숨졌고 할머니도 2022년 세상을 떠났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유행으로 양육의 어려움은 커졌다. 조카들의 외부 활동이 줄고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ㄴ씨를 도왔던 장애인 단체 활동가는 <한겨레>와 만나 “(ㄴ씨가) 코로나19 때문에 나가지 못해 답답하다는 말을 했다”며 “바깥 활동을 못하니 아이들도 게임 외엔 탈출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ㄴ씨는 조카들이 게임에 중독되지 않도록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시간 등을 갖도록 했다고 알려졌다. “고모가 훈계 의미로 태블릿 게임을 못하게 한 것 같다. 폭력적인 게임을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고모와 친했고 말도 잘 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유가족)
3월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병원에 차려진 ㄴ씨 빈소에는 조문객도 화환도 없었다. 고모를 잃은 초등학교 4학년 둘째 조카와 할아버지 형제들이 빈소를 지켰다. 사건 현장에 있던 둘째 조카는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촉법소년인 ㄱ군은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뒤 법원에서 조사·심리를 거쳐 소년보호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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