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금강이 녹조로 짙게 물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벌이며 금강에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3개의 보를 만들었다. 보가 강물의 흐름을 막아 해마다 물고기 떼죽음과 함께 녹조가 발생했다. 강바닥에도 두껍게 진흙이 쌓여 강이 제 기능을 못했다. 2018년 세종보와 공주보를 개방하자, 수문이 닫힌 백제보와 금강하굿둑에만 녹조가 발생했다. 2021년 5월 백제보 수문까지 전면 개방하자 강바닥을 뒤덮은 퇴적토가 흘러내리다 하굿둑에 막혀 하구 주변이 녹조로 뒤덮였다. 8월20일 기준으로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대교부터 하구까지 30㎞ 정도가 ‘녹조밭’으로 불릴 지경이었다.
하굿둑에 갇힌 녹조는 단순한 녹조가 아니다. 남조류라고 부르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대대적으로 번식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이 녹조에 노출되면 위장염과 간질환, 근위축성측삭경화증 같은 여러 급성·만성 질환을 일으킨다. 녹조가 발생한 연못의 물을 마시고 가축이 폐사한 사례도 있다. 중국에서는 녹조 물로 농사지은 벼 알곡에서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독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남세균의 여러 독소 중 하나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보다 100배 강한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데 시민들은 금강에서 수상스키를 즐기고, 한국농어촌공사는 양수장을 통해 시퍼런 강물을 공급한다. 일부 농민과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녹조는 비료 성분이 있어서 농업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이들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려고 2021년 8월12일 충남 부여 내성리 수상스키장, 충남 서천 조류생태전시관, 전북 익산 용두양수장, 전북 군산 나포면 선착장과 서포양수장 등 금강 5곳에서 강물을 채수했다. 그리고 이 물을 부경대 이승준 교수(식품영양학과)에게 의뢰해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군산 쪽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는 선착장은 2362.43ppb(1ppb=10억분의 1), 부여군 수상스키장은 1532.10ppb,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용두양수장은 1509.17ppb의 리터당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미국 오하이오주는 마이크로시스틴 독성을 한 번에 분석해 수치화한 토탈 마이크로시스틴(MCs)을 기준으로 음용수는 1.6ppb, 레저 활동은 20ppb를 허용치로 정한다. 이 결과에 따르면, 신체 접촉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강물을 끌어다 농사짓는 것이다. 도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이렇게 재배한 농산물을 식탁에 올리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전북 군산 서포양수장 아래쪽에서 공업용수를 취수해, 군산 공업지대로 공급한다. 농업용수는 별 처리 없이 공급하면서 공업용수는 정수해 공급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군산·부여·서천=사진·글 김종술 금강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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